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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의 역할과 한계: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기업의 주인은 투자자인가? 투자자는 기업 경영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투자자가 기업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투자자가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한다.

투자자의 역할

주식투자는 자본이 적어도 되고, 사업 스트레스도 적으며,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다. 투자자는 투자한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며, 전입과 전출이 자유롭다. 이런 이유로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보다 투자자가 더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 주장에 의문을 제기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왜 많은 기업의 경영자들이 자신들의 기업을 경영하면서 동시에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걸까?

한 전문가가 "주식투자로 사업을 하면 자본이 적어도 되고, 사업상의 스트레스도 적고, 기술이 없어도 되며, 투자한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고, 전입과 전출이 자유롭기 때문에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보다 투자자가 오히려 유리하다"고 주장한 일이 있다. 나는 이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보다 투자자가 유리하다면 지금 당신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주인은 왜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기업을 경영하고 있습니까?"

동인도회사의 사례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식민지 원주민들에게서 물품을 헐값에 사들이거나 약탈했다. 당시 자본가들도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미개척지로 향했지만, 원주민들과의 전투에서 패할 경우 순식간에 파산했다. 그래서 선단을 이끄는 사람들은 출자자를 모집해 자본을 모으고 위험을 분산시키는 대신 이익도 나누려고 했다. 처음에는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수익금을 재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분배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매매차익이 주식투자의 본질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경영권을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줄 수 없는 지분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동인도회사의 사례를 보면, 당시의 자본가들도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미개척지로 향했는데, 워낙 많은 자금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원주민들과의 전투에서 패할 경우 순식간에 파산하곤 했다. 그래서 선단을 이끄는 사람들은 출자자를 모집해 자본을 모으고 위험을 분산시키는 대신 이익도 함께 나누려고 했다. 처음에는 이런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수익금을 재투자해서 다음번에 더 많은 수익을 노릴 것인지, 아니면 수익금을 즉시 분배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소액출자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지분을 넘겼고, 이것이 의외로 비싼 값에 팔리곤 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배당보다는 매매차익에 현혹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매매차익이 주식투자의 본질처럼 되어버린 것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경영권을 나누어줄 수 없는 지분제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며, 현대에 들어 매매차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집착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이 의결권이나 경영참여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투자자의 한계

주식투자는 흔히 동업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실제로 당신이 동업자로서 임직원을 마음대로 만날 수 없고, 회사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으며, 장부에 적힌 숫자들의 산출 과정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면 이는 진정한 동업이라 할 수 있을까? 실제로는 자금 대여에 가까우며, 지분관계가 아니라 이자를 주고받는 관계여야 한다. 주주는 매년 배당을 받는 것도 아니며, 주식을 매수하는 순간 동업자로서의 의무는 지지만 권리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주식투자는 동업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당신은 동업자뿐만 아니라 당신의 회사에서 일하는 임직원도 마음대로 만날 수 없고, 회사에 마음대로 들어가지도 못하며, 장부에 적힌 오묘한 숫자들이 어떻게 산출되었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고, 자산은 어디에서 정확히 어떤 이유로 구입했는지, 빌려온 돈은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빌려온 것인지 등 세부적인 사항들을 알기 어렵다. 이게 동업인가? 아니면 자금대여인가? 자금대여라면 지분관계가 아니라 이자를 주고받는 관계여야 한다. 하지만 주주가 매년 배당을 받는 것도 아니다. 즉 당신은 주식을 매수하는 순간 '동업자로서의 의무'를 지게 되지만 '동업자로서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한다.

주식회사의 주주총회 모습

신약 개발 투자 사례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업체에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신약 개발에는 보통 10~20년이 소요된다. 그동안 소액주주들은 내부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없고, 회사가 공개하는 자료만 받아보면서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 1%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라 해도 회사에 찾아가 특정 요구를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투자가 진정한 동업인지, 아니면 단순한 도박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당신이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업체에 투자한다고 해보자. 신약을 개발하려면 성공확률이 0.1%에 불과하다는 신물질 개발부터 시작하여 동물을 대상으로 효능을 실험하는 전임상 실험, 소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1상 실험,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2상 실험,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3상 실험과 신약승인 및 허가, 재심사 단계인 4상 실험까지 보통 10~20년 정도가 소요된다. 그동안 당신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내부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없고, 그저 회사가 공개하는 자료만 받아보면서 목 빼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당신이 1%의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들의 우두머리' 라고 해서 회사에 찾아가 "내가 1%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직원 100명중 1명은 다른 신약을 개발하시오!" 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회사 공장부지가 1000평방미터이고 내 지분율이 1%이니 그중 10평방미터는 내가 쓰게 해주시오."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직원들이 연구비를 가지고 실험실에 에어컨을 설치해서 펑펑 틀어대더라도 당신이 회사에 가서 "당신들 회사 돈을 너무 낭비하는군!" "당신들이 쓰는 에어컨 요금의 1%는 내가 낸다고!" 하며 에어컨을 꺼버릴 수도 없다. 만약 당신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실험실의 직원들은 당신을 보고 '우리 주인님이 화가 나셨나봐. 우리가 회사 돈을 너무 낭비한 것 같아'라고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은 누군데 맘대로 실험실에 들어와서 에어컨을 끄라 말라 난리야?' 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경비원이 들어와서 당신을 끌고 갈 수도 있다. 당신은 결코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그저 소액투자자일 뿐이다. 돈만 투자해 놓고 외부 정보만 훓으면서 신약개발에 성공하라고 정화수 떠놓고 빌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동업인가, 아니면 도박인가?

기업 경영자의 역할

기업의 경영자들은 단순히 자본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을 운영하며 전략을 세우고, 조직을 관리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조율한다. 이들은 기업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을 배분하며, 성과를 측정하고 분석한다. 경영자는 기업의 성공과 실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GE의 최고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투자자 관리이다. 회사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발생하면 최고경영자가 직접 투자자들을 만나는데 그 횟수가 1년에 300회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GE의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만약 GE의 최고 경영자가 투자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회사의 민감한 사항을 누설한다면, 그는 해고당할 것이다. 투자자가 "혹시 당신제 요즘 부외거래를 하는 거 아니오?" 라고 물어봤을 때 GE의 최고 경영자가 "이크! 들켰군요!" 라고 대답할 것 같은가?

기관투자자의 입장

자산 보호를 신청했던 크라이슬러의 담보대출 채무 69억 달러 중 4250만 달러를 빌려준 연기금 3곳이 있었다. 그들은 크라이슬러의 주주들이 지분을 피아트에 팔지 못하도록 매각 반대 소송을 냈다. 크라이슬러가 자산을 매각하면서 채권자인 자신들의 의사를 묻지 않았고, 피아트의 신용 등급이 투기 등급 수준인데다 피아트가 재무 정보 제공도 꺼리는데도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억지로 매각이 진행됐다는 주장이었다. 기관투자자이며 선순위 채권자인 이들마저도 회사로부터 이렇게 무시를 당하는데 보통주 소액투자자들은 오죽하겠는가?

기관투자자들도 기업 경영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여전히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크라이슬러 사례에서 보듯이, 채권자와 투자자들이 기업의 결정에 반대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기업의 내부 사정과 주요 결정에 완전히 참여하거나 통제하기는 어렵다. 이는 주식투자자들이 경영 참여 권리를 완전하게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사례이다.

마무리

기업의 주인이 진정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투자자는 자본을 제공하며 기업 경영에 일정 부분 관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많은 한계를 가진다. 특히 소액투자자의 경우, 경영권이나 의결권 등에서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기업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다. 기업 경영자와 투자자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역할과 권한의 범위는 다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업의 주인이 투자자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경영자와 투자자의 복합적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